‘회인’에 새겨진 변화와 진화
3월 16일에 발매된 최신앨범 ‘회인’은 Eve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많은 전 14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악곡이 타이업이 붙어있다. 하지만, 그 악곡들을 통해 들어보면, 단순히 타이업 곡 모음집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사운드면에서는 그다운 질주감 넘치는 곡도 건재하지만, 온화한 미드템포의 곡부터, 첨예한 비트가 눈에 띄는 댄스뮤직의 요소를 대담하게 박아넣은 곡도 있다. ‘Smile’에서 맞붙기 시작한 음악적인 도전을 더더욱 밀어나간 모험작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팝뮤직으로써의 강도가 현격히 올라간 인상이 이번 작품에 있다.
Eve: '음악적인 폭이 넓어진 이유는 단순히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저는 별로 해외 음악을 접하지 않았었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장르만을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2,3년동안에는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져서, 잡식적으로 음악을 듣게 됐어요. 그러던 중에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편곡가인 Numa씨에게도 공유해서 여러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늘어났어요. 그렇게 쌓인 것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제 곡에 다양한 음악의 요소가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회인'에는 자신의 어떤 음악적 기호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Eve: '제가 음악을 들을 때는 특정한 아티스트를 판다기보단,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셔플로 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명확히 이 아티스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건 딱히 없지만, 최근 경향으로는 들으면 마음이 편하고 계속 들어도 피곤해지지 않는 음악을 주로 듣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가슴을 뚫는 듯한 인상적인 인트로로 시작해서, A멜로디, B멜로디가 있고, 굉장히 상쾌한 싸비로 흘러 귀에서 뗄 수 없는 듯한 음악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조금 여백이 있고 부유감이 있는 곡이 좋아서요. 그건 이번 몇년간 일어난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는, 자신이 음악을 만들 때의 자세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Eve: '지금까지는 한 곡 한 곡에 대해 평소에 (기본적으로) 120% 열량을 쏟아 만들려는 의식이 강했어요. 예를 들어 노래에 관해 말하면, 제 목소리의 가장 낮은 곳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내려고 했다든가. 물론 모든 것에 대해 120%의 열량을 담는다는 것은 올바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곡만을 앨범으로 냈을 때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래서 조금 어깨의 힘을 뺀 악곡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기분이 이 앨범에는 반영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밤은 어슴푸레', '폭도', 'YOKU', '지루함을 재연하지 마'라는 악곡은 그야말로 Eve가 말해 준 것이 반영되어 있는,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곡들이다. 심지어 그 악곡들에서는 인상적인 리프나 프레이즈가 반복되고 있고, 그러한 사운드 프로덕션은 앨범 타이틀 '회인'과도 통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Eve: '저 스스로는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확실히 앨범 타이틀과도 통하는 느낌이 있네요. 아까 '곡을 만들 때의 자세'와 가까운 얘기지만, 지금까지는 'A멜로디, B멜로디, 싸비' 구성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4소절 루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멜로디가 바뀌어 가고, 조금 장대한 싸비가 있는 구성도 좋다는 걸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자신의 루트인 음악성을 중요시하면서, 그때마다 기분에 맞는 음악성을 Eve가 유연히 쓸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유튜브나 니코니코 동화라는 인터넷상의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음악과 닿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있기 때문이란 것이 클지도 모른다.
Eve: '예를 들어 유튜브 같은 곳에서 음악을 듣고, 제가 좋다고 느끼는 곡과 만나게 되면, 재생수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그 관련곡도 같이 표시되어 있잖아요. 거기서 클릭해서 들어보면 곡명도 아티스트명도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의) 곡에 점점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그렇고, 틱톡 같은 걸 봐도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곡에 맞춰서 다양한 동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어서, 거기서 인상에 남는 곡을 풀버전으로 들어보면, 틱톡에서 일부분 재생되었던 부분의 인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각양각색의 음악과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고,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곡은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게 되고, 반대로 누군가가 몰랐던 걸 알려주기도 해요. 그 반복이 제 음악에도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회인'에 놓인 Eve의 변화는 가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다크한 측면이나 이 세계의 부조리한 것을 밝혀주는 듯한 가사는 이번 작품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인상적인 것이, 어떤 곡을 두고 보아도 최종적으로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희망을 그리는 법도 시리어스한 표현이라기보단, 가벼운 말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도 살아버렸네 이걸로 몇 년? / 그저 왠지 기분은 좋은 것 같아> (밤은 어슴푸레), <쓸 데 없는 걸 사랑하자 의미 같은 건 찾을 여유도 없어> (YOKU) , <내일 아직 내가 앞을 향해 갈 수 있다면 / 괜찮아 승산은 없지만 / 문제 없어 돌진하자> (지루함을 재연하지 마) 처럼.
Eve: '지금까지도 가사를 쓸 때 고민했던 건 거의 없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그 경향이 강해졌다고 해야할지, 다시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예전엔 이미 만들었던 곡에 쓰였던 말을 다른 곡에서 (또) 쓰는 건 피하고, 다른 말로 하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때 당시의 스스로에게서 순수하게 나왔던 말이니까 겹쳐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쓰게 되었어요. 머리로 생각하는 걸 관두고, 러프하게 가사를 써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밤은 어슴푸레'의 마지막에 <그저 왠지 기분은 좋은 것 같아>라는 가사에 있는, '근거도 없지만 괜찮아'라는 느낌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라는 저 자신의 현재 기분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분은 지금까지 낸 3장의 앨범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잠깐의 침묵 후, Eve는 말한다.
Eve: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게 제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뭐랄까, 그렇게 제가 오래가려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어렵게 생각하는 건 관두자고. 그러는 편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지금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만들 땐 다양한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인터뷰에서 말할 때도 무엇이든 복잡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꼬이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어떠한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거지만, 한번 거기서 끝까지 파고든 다음, 지금처럼 러프하고 심플하게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지...... 그건 코로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고, 명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조금 진부하지만, 지금은 나이를 거듭해 가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 정도밖에 생각나질 않네요.'
그런 정신적인 변화가, 실제로 가사를 쓰는 작업에도 변화를 불러왔는지 물어보았을 때, 말을 자아내 가는 공정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Eve: '저는 곡과 (가사에 쓸) 말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예를 들면 싸비의 가사부터 먼저 쓰는 경우가 별로 없고, 기본적으론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써요. 그것과 동시에 이건 제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코러스가 완성된 시점에서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함께 데모파일을 크리에이터 분께 보내고 이미지 보드나 캐릭터 디자인, 콘티 작성을 부탁하거든요. 그런 비주얼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점점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 곡은 굉장히 푸른 이미지로 끝내고 싶다, 해피하게 끝내고 싶다, 좀 더 어두운 느낌으로 끝내고 싶다든가, 추상적이지만 이미지가 떠오르고, 최종적으로 그 악곡에 등장하는 등장인물과 마을, 생활 같은 것이 떠올라요. 그것에 맞춰서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말로 써 내려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나는 지금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납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느낌은 가사뿐만이 아니라 사운드 제작에도 있어요. 제 곡은, A 멜로디에서는 빠른 템포로 무언가를 외고 있는 듯, 떠들어 대는 듯 노래하는 경우가 많고, 싸비에는 좋아하는 코드감과 흐름 같은 것도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샘플링한 비트를 잘랐다 붙였다하면서 늘어놓을 때, 우발적으로 프레이즈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어요. 가사도 사운드도, 머리로 생각하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들이 이번 앨범 제작 중에는 많이 생겨서, 그런 의미에서도 새로운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까지 Eve 본인이 정성스레 이야기해 준 것처럼, '회인'이라는 앨범은 다양한 변화와 진화를 가져오게 한, 그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작품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켓은 '문화' 때부터 함께하고 있는 Mah가 참여하였다.
Eve: '매번 앨범 자켓은 Mah 씨에게 부탁하고 있는데요, 제가 구체적인 리퀘스트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기본적으로 Mah 씨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달라고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회인'이라는 타이틀이랑, 저로서는 이 앨범에 굉장히 "파랑"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걸 말씀드리고, Mah 씨가 생각하는 "회인"을 그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어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게 이번 자켓 그림인데요, 원같은 것이 서로 겹쳐지면서 푸른색을 띤, "회인"을 나타내는 인물이 떠올라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이 굉장히 농도가 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내면과 이 자켓의 밸런스가 절묘해서. 지금까지의 앨범 자켓에는 무조건 캐릭터나 인상적인 무언가가 있었지만, 이번 자켓에는 명확한 것이 없고 무언가가 희미하게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그 분위기가 지금의 저의 기분과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왠지모르게 파란색이 좋거든요. 네일 색깔도 휴대폰 케이스 색깔도 파란색이고요. 누군가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그 애매한 느낌은 이 앨범에 대해서도 안고 있는 생각으로, 어느 곡이든 개성적이고, 그것들은 저라는 필터를 통해 생긴 것이며, 틀림없이 지금 현재의 저를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선 지금까지 이 앨범이 대체 어떤 것인지는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Smile'을 만들었지만 라이브를 하지 못하고, 그 상태 그대로 '회인'을 만들었는데요, 역시 라이브를 해 봐야 처음으로 'Smile', 그리고 '회인'이 저에게 있어서 무엇이었는지 점점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어요.'
SWITCH 2022 4월호 인터뷰
번역: Sisi (Twitter @oO0Sisi0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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