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 Live 2023 [花嵐(하나아라시)]
2023.11.26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11월 26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Eve를 보았다. 그전에 그를 봤던 것은 작년 8월 일본무도관이었으니, 1년 남짓에 더욱 공연장이 커졌다. 레벨 300 좌석에서 보면, 무대가 아득히 멀리 보인다. 관객 수도 열기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가속도를 늘려 거대화된 스케일 안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가. 아레나 너머를 눈여겨보며, 도착점이자 통과점이기도 한 Eve의 커리어 안에서 더없이 중요한 라이브. 개연은 16시.
"다 깨 부수자 타마아리!"
'fanfare'를 인트로로 대신하여, 첫 번째 곡 '넌센스 문학(ナンセンス文学)'이 시작된 순간, 어마어마한 빛과 소리와 영상과 함성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특히 관객이 손목에 장착한 LED 라이트 밴드의 아름다움은 압권이며, 시시각각 색을 바꿔 가며 아레나 전체를 빛의 바다로 물들인다. 날것의 박력으로 가득 찬 밴드사운드에 올라타, Eve가 아레나에 튀어나와있는 역 Y자 모양의 무대로 뛰어든다. '파이트송(ファイトソング)' 인트로에서 작렬하는 캐논 포가, 은테이프의 비를 내렸다. 폭음에도 굴하지 않고 함성이 들린다. 작년까지는 없었던 상황이 기쁘다. Eve의 팬은 이렇게나 열광적이었던가.
"너무 텐션 높아진 거 아냐? 첫날엔 엄청 달아올랐었는데, 두 번째 날도 가능할 것 같네. 오늘도 특별한 날로 만듭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2Days의 두 번째 날, 그것은 오늘밖에 없는 특별한 날. '백은(白銀)'부터 '도쿄 게토(トーキョーゲットー)'로, 공연장 가득 박수 소리가 드럼보다 크게 들린다. '도쿄 게토(トーキョーゲットー)'의 비현실적 악몽같은 영상, '밤은 어슴푸레(夜は仄か)'의 으스스한 ZINGAI가 꿈틀거리는 영상이, 불안과 자극과 쾌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Eve 라이브에 빠지지 않는, 음상과 싱크로되는 영상의 박력과 퀄리티는 더욱 올라갔다. 노래하고 있는 건 Eve이지만, 그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라이브의 주역은, Eve와 팀이 만들어 내는 세계관 자체다.
짧은 인터벌*을 거쳐 풍경이 바뀐다. 선율적인 미들 발라드 '단풍나무(楓)', 그리고 '양을 세어(羊を数えて)'. 돌출무대에서 메인 무대로, 걸으며 노래하는 Eve를 부드러운 빛이 감싸 안는다. 러프한 청자켓에 금발 버섯머리. 밴드 연주는 묵직하고 강하면서, 사뿐한 온기가 있다. 격렬함 그 후의 부드러움, 선명한 대비를 그리며 라이브는 깊은 곳으로 진행되어 간다.
* 인터벌(interval): 공연 중 휴게 시간 (Eve의 공연에서는 밴드사운드와 VCR이 나온다.)
"당시엔 이런 곳에 서서, 이렇게 노래를 부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여러분이 있어준 덕분에, 여기까지 음악을 계속해 올 수 있었어요.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활동을 시작했던 당시를 되돌아보는 말에, 조용하지만 뜨거운 감정이 배어 나온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음악이 누군가의 구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에, "저는 너무 행복해요"라는 말에, 꾸밈없는 맨 얼굴이 엿보인다. 밝고 리드믹함이 퍼져있는 곳 안에 깊은 애달픔을 가라앉힌 '미아(迷い子)'. 모든 것을 떠맡고 앞으로 나아가는 메시지가 지금의 Eve와 겹쳐진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체온은 전해져 온다.
밴드마스터이자 기타리스트・Numa가 MC를 맡아, "할 수 있나 타마아리!"라고 부른다. 라이브 후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굉장히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펑크튠 '호랑래(虎狼来)', Numa의 기타가 리드하는 청춘 팝록 '군청찬가(群青讃歌)'. 푸른 바다와 하늘이 반짝이는 영상이 눈부시다. 다크하고 음울한 면도, 팝하고 밝은 면도, Eve의 안에는 다양한 표면의 충동이 쌓여있다는 것이, 라이브를 체감했을 때 잘 알게 된다.
"어제는 이 곡을 안 했어요. 근데, 이걸 안 하면 끝낼 수가 없지"
이틀에 걸쳐 애타게 한 후 튀어나온 '드라마트루기(ドラマツルギー)'의 파괴력은, 전력으로 날뛰며 함성을 보내는 관객의 모습과 일목요연하다. 방대한 문장의 나열이 눈앞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그대로 '아웃사이더(アウトサイダー)', '바움쿠헨 엔드(バウムクーヘンエンド)'와, 마음속 불안과 울적함을 끌어내어 불을 지펴주는 듯한, 메시지성의 강함과 사운드의 격렬함을 갖춘 곡을 차례차례 투하한다. 짧은 인터벌을 끼워 넣고,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용서 없이 전부 털어내는 '아반(アヴァン)'에서, 새빨간 조명에 둘러싸여 힘차게 달리는 '회회기담(廻廻奇譚)'으로. 대표곡을 아낌없이 연발하니, 드디어 라이브는 얼마 남지 않게 된다.
"라스트 스퍼트, 다들 힘껏 낼 수 있겠어?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할 수 있나!"
센터 무대에 뛰어드는 Eve, 일곱 색깔로 반짝이는 라이트, 그리고 미러볼. '우리들의(ぼくらの)'에 연결되는 '지루함을 재연하지 마(退屈を再演しないで)'에서는, Eve의 리드로 공연장 가득 아름다운 대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자, 앞으로 1곡.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통해 제멋대로 힘을 얻고, 구제받아 왔어요. 제 음악도, 어느 때든 좋으니까, 여러분을 계속 지지해 주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감사해요"라며 머리를 숙인 Eve에게, "고마워"라고 답하는 수많은 목소리의 메아리가 공연장 안을 울린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하나아라시(花嵐)'의 밝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EDM 사운드, 모든 것이 중력을 뿌리치고 공중을 떠도는 환상적인 영상, 그리고 머리 위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는 꽃가루가, 역대 최대 규모의 무대에 걸맞은 화려한 피날레를 연출한다.
그리고 앵콜. masahito nakamura (베이스), 호리 마사키 (드럼), Sunny (건반), 밴드마스터 Numa (기타). 믿음직한 멤버들에게, 모든 스태프에게, 그리고 이틀간 발걸음 해 준 "모든 분들께 박수를". 긴박감이 느껴지는 본편과는 다르게, 차분한 모습의 Eve는 "저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이틀이 되었어요"라고 말하며, '라스트 댄스(ラストダンス)', 'sister', 그리운 곡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관객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너에게 세계(君に世界)'에서는, 관객이 비춰주는 스마트폰 플래시의 환상적인 빛 안에서, 장엄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감동적인 대합창이, 넓은 공간 속 가득히 울려 퍼진다. 주역은 관객이다. 마지막은 '마음에 드시는 대로(お気に召すまま)'의 밝고 신나는 비트와 멜로디가, 불안도 바람(願い)도 울적함도 정열도, 모든 것을 긍정하며 힘차게 나아간다. 마지막은 항상 희망. 그것이 Eve의 라이브다.
공연 후의 중대발표, 2024년부터 시작되는 "Eve Asia Tour 2024 'Culture'" 개최와, 파이널인 6월 9일, 카나가와・요코하마BUNTAI에서의 라이브 발표에 대함성이 끓어올랐다. 비약의 2023년에서, 세계로 날갯짓하는 2024년으로. 꽃(花・하나)도 폭풍(嵐・아라시)도 딛고 올라, 그것이 Eve가 나아가는 길이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2Days, 소리와 빛과 영상과 노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Eve의 끝없는 잠재력을 알리는 슈퍼한 라이브였다.
글 = 미야모토 히데오
촬영 = Takeshi Yao
2023.12.01 SPICE 기사
번역: Sisi (Twitter @oO0Sisi0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