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 새로운 경지를 말하다
'문화'라는 앨범부터 점점 자신의 세계관을 파고들며 넓혀서,
라이브나 앨범에 가득 담아 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자신의 마인드에 가까운,
더더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만들고 싶다, 만들어도 된다,
라는 마음이 되었다.
촬영 = Takeshi Yao
인터뷰 = 야마자키 요이치로 (山崎洋一郎)
Eve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마치 이제까지 보고 있던 영상이 실체가 되어 모니터 화면에서 튀어나온 듯한, 체온이나 호흡까지 느껴지는 듯한 육체감이 이 EP의 4곡 전부로부터 가득히 전해져 온다. 지금까지 Eve 자신의 직설적인 다이너미즘이 전해져 오는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인터뷰에서 Eve는 그것을 '인간미'라는 단어로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보쿠라노(우리들의)",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 "시라유키(백설)", "코로롱(호랑래)" 총 4곡의 수록곡은 각각 타입이 전혀 다르지만, 텐션 올라가는 곡도 부드러운 곡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밸런스나 미세한 조정보다도, 명쾌함이나 뚜렷함이 앞에 나와 있어 무엇보다도 그곳에 Eve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코로롱(호랑래)"이 매우 대단하다. 인간 Eve가 하고 싶은 비트, 만들고 싶은 소리, 부르고 싶은 노래, 말하고 싶은 것, 그것만을 한 덩어리로 만든 듯한 '하고 싶은 것 무한리필' 같은, 하지만 매우 팝한 곡. 이런 건 지금까지 없었다. 최고.
작년 발매된 앨범 '카이진(회인)'을 통해 하나의 큰 시즌을 끝내고, 표현자 Eve로서 다음 시즌에 들어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마자키 요이치로)
자신의 마음에 따라, 그때의 자신의 기분을 꺼내도 되는구나라고, 라이브를 하면서 느꼈다.
그렇기에 이번 EP는, 인간미 같은 것이 좀 더 짙게 나와있는 걸까?
Q. 오랜만의 실물 앨범 발매로, 오늘은 새 EP '보쿠라노(우리들의)'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Eve군은 연말 COUNTDOWN JAPAN*에 나와 주셨네요.
* 본 잡지사(rockin'on Japan)가 2022년 12월 말 4일간 주최한 페스티벌
Eve: 감사했습니다.
Q. 좋은 무대였어요. 정말로. 첫 페스티벌 출연. 심지어 3만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무대 앞에서 보여 주셨는데, 어떠셨나요?
Eve: 엄청나게 즐거웠어요. (공연) 하기 전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역시 있었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관객 분들의 열기 같은 것을 엄청 받았기 때문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2022년 좋은 해였구나라고 하면서 끝낼 수 있었어요.
Q. 그니까말야. 기다리고 있다구.
Eve: (웃음)
Q. 다들 보고 싶고, 실은 단독 라이브도 가고 싶은데 역시 열심히 티켓 구해서 단독 라이브를 가기엔, 스스로 생각해 보면 Eve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역시 Eve의 노래 좋아하고 보고 싶어, 듣고 싶다는 사람이 그 스케일에 있는 거죠
Eve: 제가 보통 하고 있는 규모보다 더 많은 분이 계셨다는 점에서, 그런 곳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어딘가 조금 낯선 환경 속에서, 그러한 형태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제 안에선 엄청 컸어요.
Q. 역시 차이는 느껴졌나요?
Eve: 달랐던 것 같아요.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평소엔 별로 긴장하지 않는데 긴장 반, 기대와 흥분이 반 같은. 못 잤어요.
Q. 한숨도 못 잤다고 했었죠.
Eve: 처음으로 못 잤어요. 정말 한숨도 못 자서. 그래도, 그만큼 기대와 긴장감이 섞인 상태로 회장에 갔어요.
Q. 처음 무대 뒤에서 만났을 때 입을 열자마자 '이야- 못 잤어요.'라고 말했었는데, 공연 전이 되었을 땐 '그게 좋은 느낌이에요'라고.
Eve: 맞아요. 점점 머리도 마비되어서 (웃음). 결과는 좋은 느낌이었어요. 시작되었을 땐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Q. 앞으로도 나옵시다.
Eve: 페스티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단독 라이브는 단독 라이브의 대처방법 같은 게 있어서, 페스티벌은 페스티벌대로 한정되어 있는 시간 안에서 어떻게 자신을 전할 것인가라는 것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각각 장점이 있어서, 거기에 매력을 느꼈네요.
Q.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날, 객석을 보고 그곳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Eve: 페스티벌이란 건 관객 분들과 음악을 통해 서로 맞닿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잖아요. 단독 라이브는 더 농도도 높고 폐쇄적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서 모여있는 장소. 그건 그거대로 굉장히 소중한 장소이고, 그곳에서 제대로 자신을 전하는 일이 앞으로도 있겠지만요.
Q. 그곳이 가장 중요한 장소잖아요.
Eve: 네.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 분들이 그날 뿐만이 아니라 4일간 (공연) 해 나가는 중에, 역시 다양한 자극을 받게 되었네요.
Q. COUNTDOWN JAPAN은 실내이고, 영상이라든지 조명이라든지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부디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나와주셨으면 하고, 그리고 역시 다음은 첫 야외 페스티벌 출연.
Eve: 아하하하하
Q. 저로선 (그걸) 노리고 싶네요 (웃음).
Eve: 야외 페스티벌이란 건 뭐가 있나요?
Q. 에? 태양과 하늘.
Eve: 아하하하, 그건 알고 있어요 (웃음)
Q. 태양과 하늘 아래의 Eve란 건 지금까지 누구도 본 적 없으니까요.
Eve: 이번엔 실내였지만, 14시에 제가 라이브로 노래한다는 건 지금까지 없었어서, 그것만으로도 꽤 임중한 체험이었지만요. 거기다 이제 태양과 하늘...... (웃음)
Q. 아하하하, 설마했던.
Eve: 그래도, 재밌어요. 몇 년 전쯤의 저였다면, 이번 (참가했던) 페스티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역시 즐거울 것 같다든가 재밌을 것 같다는 그런 점에서부터 (생각해) 오지 않았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없을 거라곤 장담 못하겠네요 (웃음)
Q. 이건 제가 멋대로 생각한 건데요, '회인'이라는 앨범을 입력해서 하나의 시즌이 끝났다고 해야 할까, 한 가지 도달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시즌 2로 들어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고. 그 때까지는 페스티벌에 출연하지 않았던 Eve군이, 시즌 1을 마치고 페스티벌에도 나오고, 이제부터 또다시 새로운 챕터에 들어가는. 타이밍적으로는 굉장히 딱 맞았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Eve: 저도 아마 자연스럽게 그런 걸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타이밍에 (페스티벌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 좋은 타이밍에 그런 자리를 준비해 주셔서 나갈 수 있었어요. 그게 기뻤어요.
Q. 그래서, 그런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악곡들이 컴파일된 것이, 이번 EP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보쿠라노(우리들의)'라는 힘차고 포지티브한 타이틀이 붙어있어서, 이거 자체도 분위기가 다르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 EP에는 어떤 심정이?
Eve: 작년, '회인' 투어를 하고, 그 후 추가공연으로 무도관이 있었고, 페스티벌에 출연하고, 저로서는 라이브 (많이) 했구나라는 느낌이에요. 라이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점도 있었고, 역시 음원의 장점과 라이브의 장점이란 것도 있었고. 그런 걸 꽤 느낄 수 있었던 1년이었어요. 이번 EP는, 그렇게 라이브를 했기에 생길 수 있었던 곡이 꽤 많은 느낌이에요.
Q. 각양각색이지만, 4곡 모두 개방감이 느껴지네요.
Eve: 그렇죠. 개방감이라든지 밝은 느낌도 느껴지죠. 지금까지, 특히 '회인' 같은 데서 해 온 "폭도"나 "아반"이나 "밤은 어슴푸레" 등, 어두운 곡이 계속되어 가는 중에, 그 반동은 아니고, 전혀 의식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곡이 갖춰지게 되었단 건 지금 그런 기분인 건가 싶기도 하고요. 연말 페스티벌에 출연하게 되고, 관객 분들도 박수뿐만이 아니라 살짝 목소리가 나온다든지, 그런 느낌이 되어가면서 직접 대면으로 받는 반응이나, 거기서 얻게 된 것은 굉장히 컸어요. 이 4곡을 보고 있으면, 그런 것이 곡에 굉장히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Q. 저는 이 4곡의 개방감이나 밝은 느낌이란 게, 더 근본적인 곳으로부터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Eve: 네네.
Q. 라이브를 마친 후라는 단기적인 영향 뿐만이 아니라, Eve군의 큰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까지 앨범마다, 곡마다 점점 도전하면서 음악적으로 발전해 왔잖아요? 그래서, 그것이 '회인'이라고 하는 앨범으로써, 하나의 여행에 어떤 한 구두점을 찍은 게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이번 4곡에 관해서는, 굉장히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지, 인간 Eve군이 직접 부딪치며 마주하고 있는 듯한 육체적인 느낌이 들어요. 특히 "코로롱(호랑래)"를 듣고, 이렇게나 자유롭게 마음대로 춤추는 모습이 보이는 곡이라니, 하고 싶은 비트로, 하고 싶은 음으로, 노래로 만들고 싶은 것을 부르고 싶은 멜로디로 마음껏 노래하고 있는 느낌, 지금까지 없었다고 느껴지는데요.
Eve: 감사합니다. '문화'라는 앨범부터 점점 저의 세계관을 파내려 가면서 넓히고, 그런 것을 라이브나 앨범에 가득 담아서 전해왔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점점 깎아내려 가면서, 더 심플하게. 음이 심플하다기보단, 자신의 마인드와 가까운, 더더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걸 만들면 된다'란 것에 꽤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 들게 되었어요.
Q. 그거 느껴지죠.
Eve: 그 안에서 한 가지 컸던 것은, 역시 라이브였어요. 지금까지는 라이브를 우선 성공시키자는 것에 전념했었는데요, 좀 더 그 너머에, 와 주시는 관객 분들과 어떤 거리감으로 한곡 한곡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을까라는 것도 생각해 보고 싶어 졌어요. 그런 부분부터, 곡을 만들게 되었을 때 좀 더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따라, 그때의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면 된다는 것을, 라이브를 하고 느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EP의 4곡은, 인간미 같은 것이 좀 더 짙게 나타나 있는 것 같아요.
Q. 그 라이브의 실감이라든지 상태가, 하나의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근거로써 자라왔다는 느낌?
Eve: 네. 물론 라이브 뿐만은 아니지만, 이 1년은 특히 라이브가 컸기 때문에, 그런 걸 통해 느낌이나 생각이 바뀐 게 있어서.
Q. 4곡 모두, 무장해제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전에도 타이업 의뢰를 받고, 포지티브한 곡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포지티브한 곡을 쓰기 위해선 '이 무기와 저 무기로'라는 느낌으로 꽤 무장해서 빵~ 날리고, 그 다음 반동이 와서 엄청 네거티브한 곡을 써야만 내 안의 밸런스가 잡힌다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보쿠라노(우리들의)' EP는, 완전 포지티브하게 해 주겠어! 같은 느낌이. 전력을 다한 게 느껴져요. 똑같은 타이업의 포지티브한 노래여도, 접근이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요. 당연히 Eve군만의 그림자 진 부분이라든가 가시같은 부분은, 가사나 다양한 부분에 담겨져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디사이저를 넣는 방법이나 음을 겹치는 방법, 전력을 다한 싸비, 소리의 두께, 에너지감 같은 것, '오오, 전과 다르네'. "코로롱(호랑래)" 같은 건 정말 (앞서말한 것) 그 자체구나라는 느낌이.
Eve: 맞아요
Q. 그럼 1곡씩 들어볼까요. 먼저, "보쿠라노(우리들의)"인데요, 이건 TV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타이업이죠. 새로운 Eve 사운드가 담겨있어서, 그걸 마음껏 팝(POP)하게 한. 어떤 느낌으로 생긴 곡인가요?
Eve: '히로아카'는 저도 굉장히 좋아해서 (원작을) 읽고 있었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6기는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요. 그 오프닝으로 매주 나오는 것으로써 어떤 걸 만들까 생각하던 때에, 약간 빛이 보이는 희망적인 것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히어로물이기 때문에, 제 안에 있는 히어로상이라든지, 그런 걸 쓰고 싶어서. 그래서, 곡조적으로는 굉장히 밝다고 생각하고, 제 안에서는 매우 직설적인 곡을 쓴 것 같거든요. 원작도 다시 한번 읽고, 풀버전으로 들어보면 B멜로디는 점점 불안정한 전개가 되고, 거기서부터 마지막 싸비를 향해 가는데요, 또다른 어둠도 있고, 그런 부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90초 버전으로는, 제대로 희망과 빛을 가진 곡을 쓰고 싶었어요.
Q. 어느샌가 '이런 싸비가 직설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이지만요.
Eve: (웃음). 그렇네요. 확실히.
Q. 예전의 Eve군 곡은, 비교적 열심히 쓰지 않았었나요?
Eve: 오더는 아니지만, 원작의 호리코시 (코헤이) 선생님께서, '히로아카의 곡은 어린 아이도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서. 그걸 생각하던 때에, 제 개인적으론 싸비에 있는 멜로디라든지 말(가사)라든지, 그런 건 연령과 관계없이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혀 해 본 적 없는 것이어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Q. 예전이었다면 그 멜로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주저하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꼬인 것을 넣지 않아도 되려나, 같은.
Eve: 응응. 하지만, '히로아카'라는 것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히어로상이란 건 역시 어디까지도 올곧다는 것이네요. '히로아카'의 타이틀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이고, 이 곡의 타이틀은 "보쿠라노"로, 역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 자신을 받쳐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처음으로 자신이란 존재가 성립되어 빛나는. 그런 부분도 지금의 저의 현재상태와 '히로아카'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굉장히 직설적으로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소년소녀들의 생각이나 갈등,
그런 '나도 공감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사에 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보쿠라노"에서
들어주셨으면 하는 점이에요.
Q. 처음 들었을 때는, 이 힘찬 포지티브력을 '손에 넣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너머로 관통하는 파워도 있어서. 이건 포인트적으로 뭔가 있는 건가요?
Eve: 음-, 역시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고, 저도 공감이 되어서, 작품의 캐릭터들이 생활하고 있을 때 그 소년소녀들의 생각이나 갈등, 그런 '나도 공감이 된다'라는 부분을 가사에 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곡에서 가장 들어주셨으면 하는 점이네요. 애니메이션이 끝난 후에도 들어주셨으면 하고, 풀버전으로 들으면 느낌이 달라지려나 싶기도 하고요.
Q. "시라유키(백설)"도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화려하다고 해야 할지, 페미닌한 느낌의 편곡도 굉장히 드물고, 정석적일 정도의 현악기음도 들어가 있어서. 굉장히 꿰뚫었다고 해야 할까, 그 어떤 초조함도 없는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Eve: 이것도 굉장히 순조롭게 쓸 수 있었어요. "시라유키(백설)"과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은, 컴퓨터로 조금씩 입력하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직접 연주하면서 불렀던 것부터 시작되어서. 처음 만들어진 데모는 굉장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런 장대한 것도 물론 아니었고요. 그래서, 완성된 걸 듣고 인간미를 느껴주셨다는 건 굉장히 기뻐요. 작년 무도관에서 오케스트라를 넣어서 부른 곡이 몇 곡 있었는데요, 소리에 굉장히 두께가 있고 웅장함이 부풀어서. 그런 큰 회장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 스스로도 굉장히 감동했어요. 그래서, "시라유키(백설)"도 웅장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막연히 있었기 때문에, 무도관에서 건반을 연주해 주신 SUNNY씨에게 어떻게 부탁해 볼 수 없을까라는 걸로 시작해서, 그게 굉장히 팍하고 꽂혔었어요. "시라유키(백설)"은, 겨울 노래라는 테마가 있었지만,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가사 속 말들도 세상이 이렇다 저렇다라든지 거창한 것을 부르는 게 아니라, <너와 나>라는 굉장히 깊은 관계가 흐르는 것을 부르고 싶었어요. 그래도, 음은 장대하게 하고 싶었고 대비는 아니지만 거기서 잘 밸런스가 잡혔으면 하는 것이 있었기에, 잘 맞물려서 다행이라고 느껴요.
Q. 그렇군요. 왜 Eve군이 이렇게까지 정석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는지 조금 신기했었는데, 무도관이라든지 체험을 통해 개방된 것이군요. 투어나 페스티벌 이야기도 그렇고.
Eve: 맞아요. 예전의 저였다면 좀 (곡을 만들 때) 꼬고 싶다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좀 더 마음이 향하는 대로'라기보단, '한 번 해 보자'라는 쪽이 더 크네요.
Q. "시라유키(백설)"에 굉장히 잘 나타나있죠. 이 가사의 세계관은, 상대적인 두 가지 이면성 같은 것인데요, <뒤죽박죽>이라는 말이 굉장히 이 곡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Eve: 매년 오는 겨울이라는 계절로, 누구든지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흔한 광경이라든지 냄새라든지, 체험 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말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곳에 '겨울이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것이 있었어요.
Q. 그것을 아름다운 현악기음을 넣어 편곡하여 "시라유키(백설)"이란 타이틀을 붙인다는 건, 정말 올곧군요 (웃음).
Eve: 맞아요 (웃음). 진짜 올곧네요.
Q. 좋네요. 그리고,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 이건 CM이니까 싸비는 꽤 긍정적이지만, 그 이외의 부분, A멜로디 B멜로디 등은 '뭘 해도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것도 들어가 있어서.
Eve: 그것이야말로 굉장히, 인간미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고 본모습 그대로 넣었다는 것을 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것도 어쿠스틱 기타로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만든 게, 비교적 그대로 심플하게 밴드 사운드가 되어버려서. 그런 걸 엄청 피하면서, '전혀 해 온 적이 없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역시 이 곡도 굉장히 라이브를 이미지하기 쉬워서. 스스로 곡을 만들면서 라이브를 느꼈고, 관객 분들께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이 곡을 (함께) 부르면 굉장히 기분좋을 것 같다든지, 관객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같은 것까지도 생각하곤 했네요.
Q. 이 가사로 이 멜로디로, 라이브에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응원송의 기능도 있다고 해야 할까, 굉장히 격려 받네요. 설마 Eve군으로부터 응원송이 나올 줄은 생각치 못했어요.
Eve: 맞아요. 라이브에서 셋리스트를 만들어 갈 때 점점 알게 돼요. 다양한 곡조, 다양한 일면을 가진 곡, 음악을 끼워넣어 가면서, '그게 간신히 하나의 라이브로써 성립되는구나'라고. 역시 작년 투어라든지 무도관에서, '회인'까지 해 온 것이 어떻게 보면 완결되어 버렸다고 해야 할지,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할 수 있었다라고 해야 할지. 무도관 라이브는 코로나로 인해 'Smile' 공연을 못하게 되었던 것도 있어서, 최선의 라이브 같은 느낌이 되었어요. '그럼, 이 다음엔 무엇을 하면 좋을까'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어느 곡에도 없었던 것을 가진 곡이 꼭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런 걸 제가 의외로 해 오지 않았어요. 그런 점을 통해 이 4곡이 생겨난 것 같아요.
Q. 이번 (노래의) 창법이 Eve군의 페이크 같은 경향을 일부러 나타내고 있다고 해야 할지, 그곳에 자신이 풀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Eve: 저로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문화'부터 곡을 만들어 오면서, 곡작업이나 편곡, 음악의 방향성, 혹은 말이나 가사라든지, 그런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 '회인'을 지나, "파이트송", "Bubble feat. Uta" 정도부터 계속 그렇지만, 이번 EP는 특히, 더더욱 나의 노래, 기술이나 표현 같은 부분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원래 저는 '불러보았다'라고 (곡을) 커버하는 사람들이 몇십몇백 명이나 있는 곳에서, 자신의 음색을 어떤 창법으로, 어떻게 이 곡에 실어야 유일무이해질까 같은 것을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곳에 가까운 감각을 되찾아 점점 제 곡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그곳을 향한 여유가 조금씩 생긴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창법 하나에도 실험적이고, 더욱 노래에 무게를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네요.
Q. 그래서, 'Eve군이 말하고 있구나'라는 느낌. 전하기 위한 도구라는 틀을 넘어서, 독특한 애드리브적인 이야기법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들어보면서, 그것도 굉장히 재밌달까, 뭔가 기뻐요. 그리고, "코로롱(호랑래)". 이거 굉장히 좋아해요.
Eve: 이건 저도 굉장히 좋아해서, EP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투어 타이틀이 되었을 정도로. 이것도 타이업인데요, 정말 진짜 좋을 대로 제가 하고 싶은 걸 눌러 담은 것뿐이어서. 그걸 기용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로서는 정말 제 현재 기분이 가장 여기에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해요.
Q. 완전히 자유로운 곡이죠.
Eve: 맞아요. 하지만, 이것도 다양한 요소를 통해 생기게 된 곡인데요. 그 하나로써, '회인'의 "지루함을 재연하지마"라는 곡이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었던 곡인 것 같아서. 라이브에서 했을 때 굉장히 자극적이었어요. 그거야말로 제가 가지고 있는, 라이브에서 텐션 올라가는 곡 "드라마트루기"나 "회회기담"이라든가, 다크한 질주감이 있는 곡과는 또 살짝 다르잖아요. 관객 분들과의 일체감 같은 것이 굉장했어서, '그런 건 라이브에 꼭 필요한 거구나'. 제 안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해서. "코로롱(호랑래)"도, 그런 것과 어딘가 가깝달까, 물론 음원으로 들어도 귀가 즐거워지는 듯한 기분 좋은 곡이지만, 라이브에서 하면 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해서.
Q. 이건 어떤 느낌으로 태어난 건가요?
Eve: 코로롱(호랑래)는, '말을 안 들으면 호랑이와 늑대가 잡아가 버린다' 같은 의미가 있는데요, 누군가의 말에 따라 쭉 레일을 따라 살아가는 인생보다도 ── 호랑이와 늑대란 건 더 욕심스럽게 탐욕적이게라는 의미가 있어서, '오히려 마음 속에 호랑이와 늑대를 길들여 버릴 정도의 마음으로 가자.'
Q. 애초에 이 곡은 어찌됐든 자유롭게 쓰자고 생각하면서 만든 곡인가요? 아니면 어느샌가 이런 곡이 된 건가요?
Eve: 어느샌가 이렇게 됐다기보단, 지금의 기분을 쫙 썼다는 느낌이네요. 어디까지 가든 저는 기본적으로, 현재상태가 좋든 어떻든, 무엇을 하든 만족할 수 없어요. 굉장히 회의적이고. 그런 것이 현저하게 나타나 있고, 생활에 있어서도 활동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운 형태로 보내고 있지만, 뭔가 계속 가득 차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다는 게 옛날부터 있어서. 그거야말로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이라고 끝까지 파고 들다가, 막상 또 보면 그렇게나 있지도 않아요. 그게 계속 제 안의 축이 되어있어서, 이번 "코로롱(호랑래)"에서도,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 온 것이라든가 마인드 같은 것이, 이 곡에 꽉 들어차 있는, 그런 느낌. 아레나 타이틀로 해도 납득이 가고, 지금 저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명함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곡과 비교했을 때, 말도 굉장히 많고, 말하고 싶은 걸 많이 말했다는 느낌이에요 (웃음)
Q. 결과물들은, 포지티브한 멜로디로, 포지티브한 편곡으로, 포지티브한 가사를 부른. 어떤 포지티브한 노래보다도 엄청 포지티브해요.
Eve: 맞아요. 저도 전부 포지티브하다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정말 기뻐요.
Q. Eve군의 음악을 듣고 이렇게까지 긍정적인 기분이 된 것은 처음이었어요.
Eve: 탐욕스러움도,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굉장히 인간미 있는 거잖아요. 저급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정도로 평소에 그런 마음가짐이고 싶다는 게 어딘가 있기도 하고, 그런 사람냄새는 굉장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을 "코로롱(호랑래)"에서 부를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어요.
사막*을 펼쳐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도,
저의 사람냄새가 나는 부분을 포함해서 보여주는 것도
그건 그거대로 장점이 있어서.
그 양면을 밸런스 좋게 잡아나가면서,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다고 말하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사막: 무대 앞에 설치된 얇은 불투명한 천막, 회회기담 Live Film ver과 같이 연출을 위해 사용됨
Q. 좋네요. 표현자·Eve라는 존재를 뛰어넘은 느낌이 들어요. 더 육체화되어 표현자라기보다 체현자* 같은 느낌이네요. 캐릭터였던 게 실체화된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 체현자: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인 형태나 행동으로 표현, 실현하는 사람
Eve: 둘 다 좋네요. 실체화하는 것도, 캐릭터로 있는 것도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사막을 펼쳐서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것도, 더 그것을 떼어내서, 저의 사람냄새가 나는 부분을 포함해서 보여준다는 것도 그건 그거대로 장점이 있어서. 그 양면을 밸런스 좋게 잡아나가면서,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다고 말하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이제부터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는 것이 굉장히 두근두근해요.
Eve: 다음 앨범이 어떻게 될지, 저도 굉장히 기대가 되네요. 디스코그래피 같은 걸 봐도, '회인' 다음에 무엇이 올지, 그 어떤 상상도 되지 않아서 (웃음), 기대 돼요. 하지만, 역시 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은 제 안에서 굉장히 큰 이벤트였어요. 그런 의미에선 굉장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Q. 라이브라는 단어가 굉장히 몇 번이고 (많이) 나왔을 정도로, 정말 라이브의 실감, 보람이 지금의 Eve를 드라이브 시켜주고 있는 거네요.
Eve: 그런 시기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웃음)
갈 곳 헤매는 영혼을 떠내, 구원하는, 네 가지의 결정. EP '보쿠라노'가 전하는, 시대가 원하는 Eve의 목소리
올해 초,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제 6기의 새로운 오프닝 테마를 담당한다는 뉴스와 함께, Eve의 신곡 타이틀이 발표되었다. 그 타이틀은 "보쿠라노(우리들의)". 히라가나로 부드럽게 지어진, 복수형의 주어. 그 글자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히 두근두근거린다.
복수형 주어를 다루기 위해서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곳에 타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자각, 어떤 상황에 있어서든 '우리들(보쿠라)'에게 저해당했다고 느끼는 '나(보쿠)'의 존재가 어딘가에 있다라는 것에 대한 자각 ──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쓰여야 하는 주어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미디어에서 문장을 쓰는 인간에겐, 그렇게 간단히 다룰 수 없다. 그럼, 그것이 음악이라면 어떨까? 창작이라면 어떨까? 창작 안에서, 복수형의 주어는 창작자의 이상이나 바람을 가리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길잡이가 된다. 혹은 그 창작자가 '나(보쿠)'라는 고독을 파고 들어간 끝에, '우리들(보쿠라)'라는 주어가 순수하게 생겨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Eve가 그 영역에 발을 들였다. ── "보쿠라노(우리들의)"라는 타이틀을 봤을 때 내가 느낀 고양감은 그런 것이었다. "보쿠라노(우리들의)"라는 타이틀은 꼭, 이와 연결되어 있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가 타이틀에 '나의'라는 단수형 주어를 쓰고 있는 것과, 그 이야기의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나 작품과 얽히면서 '스스로의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 깊게 만들어 가는 Eve. 실제로 전해진 "보쿠라노(우리들의)"는 유려함과 다이너미즘의 균형이 훌륭한 한 곡으로써, Eve가 확실하게 미래를 향해 가려고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곡이었다.
그런 "보쿠라노(우리들의)"를 표제곡으로써 수록한, 4곡이 들어있는 EP가 왔다. "보쿠라노(우리들의)" 외에, 영화 '블랙 나이트 퍼레이드'의 주제가로써 만들어져, 작년 음원 발매된 "시라유키(백설)", 모리나가 제과 '수험에 in 젤리 2023 TV CM 곡으로 만들어진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 그리고 '개츠비 메타러버 시리즈'의 프로모션 타이업 곡으로 쓰여진 "코로롱(호랑래)" 총 3곡이 수록되어 있다. 4곡 전부 타이업송. Eve가 시대로부터 무엇을 요청받고 있는지, 그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EP는, "보쿠라노(우리들의)"에서 막을 열었다. <흑도 백도 없는 세상/증오의 구석에서 울고 있었어> ── 그렇게 노래하는 것에는, 해결되지 않는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마음이 나타나 있지만, 질주하는 사운드 안에서 그 마음은 어느덧 <불확실한 존재여도 돼/확실한 답이 없어도 돼/그저 이 허무함과 외로움에/괴롭힘 당하는 것 같아도>라고, 스스로의 불확실함도, 허무함마저 받아들여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힘을 얻기 시작한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너>라는 존재. Eve는, '나(보쿠)'가 '우리(보쿠라)'로 이른다는 것의 강함을, 독단적인 과대망상이 아니라, 그 마음 속에 타인을 품은 주인공의, 고독하지만 고독하지 않은, 복잡하고 따뜻한 눈빛 안에 찾아냈다.
계속해서 두 번째 곡은, 8월의 아레나 투어 타이틀이기도 한 "코로롱(호랑래)". 댄스필 넘치는 일렉트로닉한 곡으로, 곡의 억양과 어울리는 유연한 플로우가 훌륭하다. <우물 안 개구리 대회 우승자 미련이 뚝뚝/SNS에 푹 빠져 자존심 같은 건 이미 없다고> ── 그런 리얼한 말도 인상적인 이 곡의 전제는, 폐색감 있는 세상으로, 마음까지 닫혀버릴 것 같은 사람의 모습. 그러나, 무슨 일이 있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사운드의 야성미, 거기다 <흔하고 뻔한 인생에 지금 마침표를 찍어>라는 펀치라인이, '너의 인생을 누군가가 길들이게 하지마'라고 호소하는, 그런 강한 한 곡.
'듣는 사람에게 호소하는 힘'이란 점을 두고 보면, 세 번째 곡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도 지지 않는다. 음악성은, 표정이 풍부한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도 인상적인, 상쾌하고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지만, 가사의 세계관은 "코로롱(호랑래)"와도 통하고 있다. 무뚝뚝한 "코로롱(호랑래)"에 대해, "오곤노히비(황금의 날들)"의 듣는이를 향한 말투는 상냥하고 따뜻하다. 그러나, 두 곡 모두 가사에 <충동>이라는 말이 사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곡 다 듣는이의 본능이나 본심에 말을 붙이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시라유키(백설)". 이 곡에서 <너>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EP를 통해 들으면 "보쿠라노(우리들의)"의 어나더 스토리 같다. 들어보면, 누구든지 (각자의) 인생에 품고있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은 언제든지 고독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 그것들이 얽혀있는 '생(生)'의 모습을 그리면서, Eve는 EP전체를 통해 듣는이에게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그 목소리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걷고 있는 듯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벗처럼 다가와, 또 우리들 한명 한명도 목소리를 내는 주체라는 걸 떠올리게 해 준다.
"보쿠라노(우리들의)"에서 노래하고 있는 인상적인 라인 ── <누구 하나도 빠져선 안돼>. 섬세하게 짜여진 복수형 주어의 구석에서, Eve는 벗을 향해, 이 시대의 히어로는 누구인가를 전하고 있다.
글 = 아마노 후미아키(天野史彬)
ROCKIN'ON JAPAN 2023 5월호 인터뷰
번역: Sisi (Twitter @oO0Sisi0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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